하루에 한 잔 이상 먹는 커피, 어디서 어떻게 오는지 아시나요?

수프리모, 안티구아, 예가체프… 커피를 더 맛있게 하는 이 수식어들은 바로 커피 산지의 명칭들 이에요.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높은 고도’와 ‘🌞풍부한 일조량’ 등을 갖춘 유명 산지의 커피들은 대중적으로도 익숙하게 불리고 있어요.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53잔으로, 세계에서 5번째로 커피를 많이 소비하는 국가인데요, 혹시 여러분은 이 커피가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지 잘 알고 계시나요?  

커피는 ‘커피 벨트’로 불리는 남북 양회귀선(북위 25도, 남위 25도) 사이에 포함된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동남아 국가에서 주로 생산되고 있는데요, 이 지역들은 평균 기온이 20도 안팎으로 기온차가 적고, 1000m 이상의 해발고도와 유기물이 풍부한 토양 등 커피 재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의 많은 주민들은 대대손손 커피 농장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으며, 이들은 전세계에 유통되는 커피의 80% 이상을 재배하고 있어요.

커피값은 날로 비싸지는데📈, 커피 농부들은 왜 가난할까?

최근 몇 년간 커피 가격은 꾸준히 상승해왔는데요. 반면 저개발국의 커피 생산자(농부)들은 온가족이 커피 재배에 하루 종일 매달려도, 점점 더 빈곤해지고 있어요. 그 이유는 오랜 시간 이어져온 커피 산업의 왜곡된 시장 구조 때문입니다.

커피 나무에서 우리가 먹는 커피콩(생두 – 커피콩을 로스팅(원두)하기 전 커피 알맹이)이 되기까지는 복잡한 가공 과정을 거쳐요. 커피 나무에서 커피 체리를 수확 ➡️손으로 분류 작업을 거쳐 ➡️과육제거 및 세척(펄핑) ➡️ 발효 및 건조 ➡️도정 및 2차 분류 작업을 거쳐야 비로소 커피콩(생두, clean bean)가 됩니다. 가공단계를 많이 거치기 때문에 가공할수록 부가가치는 높아져요

<그림 1. 커피 가공 과정>

그러나 소규모 농부들은 높은 시설 비용 때문에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공작업을 직접 하지 못하고, 수확한 커피 체리를 중개상인에게 헐값에 넘기거나 조합을 통해 가공시설에 위탁하게 됩니다. 커피 체리가 여러 중개업자와 가공업자 등의 개입을 통해 생두가 되는 과정에서 그 가격은 농부가 받는 커피체리 값보다 훨씬 높아지는 것이죠.

현지 상황마다 차이가 있으나 보통 3~4단계의 중개업자, 가공업체를 거치며, 이 때 커피 체리와 생두의 가격차는 10~30배까지 벌어집니다. 게다가 최종적으로 커피가 가공되고 최종 바이어에게 팔릴 때까지 농부들은 최소 6개월~ 2-3년까지 대금을 받지 못하거나, 떼이는 경우도 빈번해요. 이 왜곡된 구조 때문에 농부들은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로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죠.

<그림 2. 기존 커피 시장의 구조-  과테말라 사례 >

농부들이 제때 대금을 받지 못하다 보니 낙후된 환경 속에서 커피의 질과 생산량은 떨어지고, 시장 경쟁력을 잃게 됩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각종 자연재해로 병충해 및 고사 위험에 노출되어, 새로운 영농법을 습득하기 어려운 이들의 경쟁력은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관련기사)

🏊‍♀️GIF가 커피 사업에 뛰어든 이유

GIF의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 사업국 중 많은 국가가 커피 재배에 최적화된 ‘커피 벨트’ 지역에속해요. 과테말라, 르완다, 케냐의 전통적인 소규모 커피 생산자들은 경제적 수명이 다한 커피나무, 열악한 재배 및 가공시설, 오래된 영농법으로 생산성이 떨어지며, 국가 평균 빈곤선 이하의 주민들이 상당수였어요.

이에 GIF는 이 소규모 농부들을 협동조합 형태로 묶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그들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커피 재배 및 가공시설을 만들어 커피의 생산성과 품질을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현지에 커피 가공과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기업을 설립하고, 현지 브랜딩 및 마케팅을 지원해 기업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무엇보다 GIF는 소규모 커피 생산자들이 수확부터 생두 가공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여 커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이를 해외 바이어와 직거래함으로써 가격 협상력을 높이는 ‘가치 사슬 개선’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를 위해서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이 생산한 커피(생두)를 GIF가 직수입하여 국내에서 상품화 및 판매하는 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CASE 1. 케냐 엠부지역 커피사업

케냐 엠부 지역의 소규모 커피 생산자들은 커피 협동조합의 일원으로 커피를 재배하였으나 농가의 상당수가 최빈곤층이었어요. 이중 4,500명 이상의 소농 조합원으로 이루어진 ‘키루루메 협동조합’은 1960년대에 설립되어 60여년간 커피를 판매했으나 조합 공동 가공 시설의 노후화, 영농 기술 부족, 이율 배분체계 미흡 등으로 조합원들의 활동 비율과 결속력이 매우 떨어져 있었어요.  또한 경매 거래에만 의존하여 조합의 커피 품질 관리에 대한 지식이 부재했고, 커피시장의 니즈에 대한 인식도 부족해 중개상인이 가격결정권을 가지게 되며 조합원들은 시장경쟁력을 잃어가는 상태였어요.

이에 GIF는 2022년부터 키루루메 조합원들의 커피 생산성을 높이고, 조합의 거버넌스와 비즈니스 역량을 확대하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전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친환경 기반의 영농교육을 실시하고, 30년 이상 노후화된 가공 시설의 교체와 개보수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조합의 커피 전문성과 거버넌스를 위해 운영체계 개편 및 회계 컨설팅 및 조직화 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더불어, 파트너사인 한국의 커피 사회적기업 ‘커피창고’의 전문가 교육 및 자문을 통해 조합 내부에 품질관리 및 평가 체계를 만드는 등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조합이 커피를 직거래하여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수출지원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에요. 케냐 커피 협동조합 역량강화 사업을 통해 조합이 현지바이어와 직거래할 수 있는 협상력과 생산역량을 갖춰 조합의 수익 창출을 극대화하고 조합원들이 조합을 통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해요.

CASE 2. 과테말라 부에나띠에라(Buena Tierra)

과테말라의 아카테낭고(Acatenango) 지역은 해발고도 1800m 이상의 고산지역으로 인근의 푸에고 화산 활동으로 인해 토양 광물 자원이 풍부, 고품질(SHB등급)의 커피를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해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지역은 화산 분출 위험에 노출되어 거주지는 물론 커피 농장의 피해 위험도 높아요.

GIF는 2018년 푸에고 화산 분출 이후 심각한 피해를 입은 소규모 커피 생산자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어요. 화산재로 덮인 마을 복구와 함께, 커피 묘목과 비료를 지원하고 자연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영농 기술 매뉴얼을 배포하여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영농 교육을 실시했어요.  이를 통해 화산피해를 입은 커피 농장을 재건하고, 생산자들이 협동조합으로써 조직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했어요.

그리고, 지난 2019년부터는 커피 협동조합이 안정적인 가격으로 커피 체리를 판매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현지에 사회적기업 ‘부에나띠에라(Buena Tierra)’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어요.

<사회적기업 부에나띠에라 홍보영상> (출처 : GN Guatemala youtube )

사회적기업 부에나띠에라는 개별 생산자나 협동조합이 소유하기 어려운 커피 가공시설을 갖추어 조합원들이 이를 대여형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조합원들이 생산한 커피 열매를 직매입, 생두로 가공해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합니다. 이로써 커피 생산자들은 커피 체리를 팔아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사회적기업은 좋은 품질의 생두를 대량으로 수매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이죠.

<그림 5. GIF의 과테말라 커피사업의 전개 과정>

뿐만 아니라 GIF는 부에나띠에라의 생두를 직수입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유통 사업을 전개하고 있어요. 매년 20~40톤의 생두를 수입해 국내 커피 유통사에 판매하며, 원두/드립백/ 캡슐커피 등 커피 상품으로도 개발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림 6. 부에나띠에라 생두 수출 선적 모습> (출처 : 부에나띠에라 인스타그램)

GIF는 세계 각국의 소규모 커피 생산자들에게 정당한 소득이 돌아갈 수 있는 가치사슬을 만들어 이들의 빈곤을 완화할 수 있도록 꾸준히 나아가고자 해요. 커피 생산자부터 소비자까지 행복해질 수 있는 ‘지속가능한 커피’ 를 위한 여정에 많은 기대와 참여를 부탁드려요!

<그림 7. 부에나띠에라 및 굿네이버스 과테말라 직원들>

글 / 임팩트기금본부(IFG)      사진 / 기업혁신실 (EIG), 협동조합팀(CSG-coop) 제공